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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한방] 방광암 완치판정을 받은 환자를 진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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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16-10-2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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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사는 48세 여성 A씨는 방광암으로 오랜 투병 끝에 2016년 10월에 (임상적)완치 판정을 받았다. 최근 실시한 검사에서도 정상이었고, 방광을 비롯한 신체컨디션도 이전처럼 회복된 지 오래다. 그는 한-양방병행치료를 하고 재발이나 타 장기의 전이 없이 5년이 경과돼 이번에 완치판정을 받은 것이다. 암의 치료에서 (임상적)완치판정이 재발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태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그 병으로 인한 사망이나 재발될 확률이 정상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졌을 때 내린다. 그 날 A씨는 남편과 함께 진료실을 찾아와서 완치판정이라는 기쁜 소식을 전해줬다. 그가 다녀간 뒤에 그를 치료하던 시간을 되돌아보고 마음 속 감회가 새로웠다.

그는 방광암으로 2011년 8월과 9월에 연달아 두 번의 방광경적 수술을 받았다. 조직검사에서 악성도가 높은 '표재성 방광암'으로 나왔다. 그해 11월에 재발이 되자 이번에는 다른 병원에서 방광경적 수술을 받았다. 암은 재발을 반복할수록 악화될 수 있다는 경향성처럼 세 번째 수술에서는 악성도가 높고 종양이 여러 개며 상피내암까지 추가 발견됐다. 수술 및 검사결과는 그의 방광암이 이전보다 더 나빠지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래서 여러 합병증의 고통과 위험성을 감수하고 BCG치료를 시작하게 됐고 한편으로는 한방면역치료를 병행하고자 내게 찾아왔다. 그는 수술과 같은 양방치료의 장점과 면역증진의 장점이 있는 한방치료를 병행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한-양방병행치료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는 이전에 이미 세 차례의 방광경적 수술경력이 있고, 이번에도 수술로 종양을 제거한 상태여서 종양을 소멸시키기 위한 '수술 전 프로그램'보다는 재발방지나 잔존암을 제거하기 위한 치료가 적절했다. 당시에 그는 소변을 자주보고 급박뇨도 있었으며, 야간에도 소변 때문에 2~3번 정도 잠을 깨곤 했다. 연속된 세 차례의 수술 등으로 인해 어지럼이나 체중감소, 피로 등과 같은 전신허약 증세를 겸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항종양 및 면역증진 작용을 하는 한약과 '체질침'으로 치료를 시작했다. 가벼운 걷기와 체질에 맞는 식이요법을 시작했고, 방광암에 해롭다고 생각했는지 그날 이후 머리염색도 하지 않았다. 한방치료를 시작하고 나서 시간이 경과하면서 차츰 소변과 관련한 여러 증상들이 호전되기 시작했다. 6개월이 경과할 무렵에는 소변관련 불편증상이 거의 사라졌을 뿐 아니라 식욕도 호전되고 체중이 서서히 회복되어 등산 같은 운동을 해도 별로 피로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몸이 가벼워졌다. 간이나 신장 기능을 체크하고 방광암의 재발을 감시하기위해서 주기적으로 추적검사를 했다. C/T, 소변세포검사, 방광경검사, 혈액검사 등을 번갈아가며 했고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나중에는 전신 PET-C/T검사도 했지만 다른 장기로 전이된 소견은 없었다.

이제 한약복용을 끊고 면역력유지를 위한 침 치료만 계속 이어갔다. 한방치료를 계속한지 3년경에는 태백산에 겨울등산을 다녀올 정도로 전신컨디션이 호전됐고, 추적검사에서도 계속 정상으로 나왔다. 점차 이전의 일상과 가까워지면서 그렇게 5년이 지났고 드디어 완치판정을 받았다. 그가 주의할 것은 과로와 과도한 스트레스를 피하는 일이다. 정기적인 한방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1년에 한번정도 병원에서 검사를 받으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 5년간의 힘들고 긴 투병의 여정을 잘 견디고 일상으로 완전히 되돌아오게 된 그에게 진심어린 축하의 큰 박수를 보낸다. 그가 완치판정의 결승라인을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믿음과 끈기가 바탕이 된 적극적인 노력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수술이나 BCG요법 등 고통스런 양방치료를 잘 견뎌냈고, 특히 '한약을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던가, '침을 그렇게 오래 맞아도 돼?' 등 세간에는 정확하지도 않을뿐더러 해보지도 않고 떠도는 말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또, 환자는 죽음과 직결된 병이기 때문에 한방치료를 오래 받으면서 마음이 흔들리기 마련인데도 자신의 믿음대로 5년간 꿋꿋이 계속 받았으니 말이다. 그의 믿음과 노력이 자신의 병을 온전히 치유한 것이리라. A씨 뿐 아니라 이전에도 한-양방병행치료를 하고 완치판정을 받은 여러 환자들의 공통점은 치료 중에 생기는 증상변화나 한 두 번의 재발에도 쉬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있었고 또 그 믿음을 실천하기위해 온 정성을 다해 노력한다는 점이다. 암의 치료에서도 이러하건대 세상사 또한 이 이치를 벗어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A씨가 완치판정소식을 전하던 날 그들이 진료실을 떠나고 나서, 내가 자신에게 생긴 방광암을 극복해가면서 암 환자들과 함께해온 환자이자 한의사로서 지낸 23년간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무엇보다 내가 방광암을 극복하는 데는 17년간의 혹독하고 긴 여정이 필요했지만 그것이 바탕이 되어 그는 5년 만에 마침표를 찍는데 보탬이 됐다는 점이 큰 의미로 다가왔다. 문득 에밀리디킨슨의 시 '내가 만일'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악성신장병을 앓고 있던 의사이자 시인 에밀리디킨슨이 그의 시에서 그토록 갈구한 삶의 의미이자 자신에 대한 다짐이던 '헛되지 않는 삶'이라는 단어가 내 머릿속에서 한동안 머물렀다. 내가 17년 동안 아직 아무도 가지 않았던 그 길을 걸으면서 절체절명의 위기와 맞닥뜨렸을 때마다 절대자에게 내 존재의 이유를 묻곤 하면서 '보탬이 될 삶'을 찾던 아스라한 기억이 떠오르며 흐트러진 맘을 다시 다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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