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한방 정보

독으로 독 다스리는 ‘봉약침’, 통증 치료에 효과 톡톡

페이지 정보

작성일20-05-11 16:35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본문

예로부터 전해 오는 봉침에 약침을 결합한 봉약침은 통증과 염증 치료에 특히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구구팔한의원의 박기현 원장이 근골격계 환자를 치료하는 모습. 구구팔한의원 제공

 

한의학은 수천여 년 동안 우리 민족의 건강과 질병 치료에 앞장서 오면서 시대의 흐름과 기술의 진보에 맞춰 변화해 왔다. 전통 한의학의 주된 치료법 가운데 하나인 침도 마찬가지다.

 

침은 바늘처럼 생긴 가늘고 긴 치료 기구인데, 고대에는 돌이나 옥을 갈아서 만든 ‘폄석’이 사용됐다. 중국 고대 의서인 황제내경에는 폄석이 동방에서 전해졌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침은 우리 민족과 오랜 인연을 맺어왔다.

 

침은 현대에 들어오면서 전기 자극을 이용한 전침, 한약에서 정제 추출한 약물을 주입하는 약침 등으로 진화했다.

 

한약 복용할 수 없는 환자도 가능

봉독 추출 정제 후 주사제 사용

신경계 질환에도 탁월한 효능

꼼꼼한 검사·시술 숙련도 중요


■고대부터 전해온 ‘신비한 치료제’ 봉약침

약침 요법의 특징은 경혈의 자극 수단으로 한약 제제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침을 놓는 부위인 경혈에 한약의 유효 성분을 직접 주입하면 전통적인 침에 한약재의 효능을 더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원리다. 약침 요법은 한약을 복용할 수 없는 환자에게도 사용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봉약침은 전통 침술인 구침(九針)의 하나인 봉침에 약침을 결합한 것이다. 봉약침은 벌에 전기적 자극을 주는 방법으로 봉독을 추출해 정제 가공한 후 주사제로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구구팔한의원의 박기현 원장은 “봉약침 요법은 예로부터 신경통, 관절염 등에 특효라고 알려진 봉침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개발한 치료법”이라며 “한의학은 봉독이 지니고 있는 생물학적 효능에 주시했고 현재도 염증 제거, 면역 강화, 암세포 사멸 등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벌(서양종 일벌)은 꿀이나 꽃가루를 수집하고, 벌집을 청소하며, 유충을 돌봄과 동시에 벌집에 대한 방어 역할을 한다. 벌이 가진 희생의 힘이자 방어수단은 꽁무니에 있는 침이다. 모든 벌은 자신의 독주머니에서 나오는 복합 독소 혼합물, 즉 봉독을 침을 통해 적에게 주입할 수 있으며 적에게 일격을 가한 뒤 장렬하게 죽음에 이른다.

 

봉독의 주요 성분은 40여 가지로, 벌은 일격을 가할 때 멜리틴, 당단백 분해효소, 히스타민이 가득한 독소를 주입한다. 이 중 인체에 치료 효과를 가져다주는 성분은 멜리틴이다. 멜리틴은 봉독의 가장 주된 성분으로, 통증과 염증을 치료하는 데 탁월한 효능을 갖고 있다.

 

박기현 원장은 “멜리틴 성분은 암 치료 연구 분야에서도 매우 긍정적 물질로 부각되고 있다”며 “국내 한 연구진은 멜리틴과 봉독의 유효 성분을 이용해 암 전이를 촉진하는 대식세포 사멸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멜리틴과 봉침의 유효성분이 적용되는 분야는 척추 추간판 탈출증, 척추관 협착증, 급성·만성 관절염, 염좌, 근육통 등과 같은 근골격계 통증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류마티스, 자가면역 질환의 면역계 질환, 말초 신경장애, 신경염, 삼차신경통 등의 신경계 질환에도 적용 가능하다.


■근골격계 통증 치료 효과, 알레르기 유의

멜리틴은 자가면역질환이나 균형을 잡는데 예민하고, 알레르기에 무던한 성질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멜리틴의 농도는 높게 유지하되 그 외 독소를 제거한 무독화 봉독은 강한 항염작용과 탈과립 현상을 일으켜 염증 및 통증 치료는 물론 비염, 천식과 같은 호흡기계, 비만 치료에 널리 적용된다.

 

봉독은 과거에서부터 많은 용도로 활용돼 왔다. 처음에는 꿀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벌에 쏘인 후 질병이 치료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이것이 차차 치료에 응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히포크라테스는 봉독을 ‘신비한 치료제’라고 언급했으며, 19세기 초 나폴레옹의 주치의가 그의 류머티스 관절염을 치료했던 기록이 있다. 중국 고대의서인 마왕퇴의서(馬王堆醫書)에도 남성 성 기능 개선에 활용했다는 내용이 전해온다.

 

하지만 봉독의 치명적인 단점은 바로 봉독 알레르기다. 일부의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봉독 알레르기는 소량만으로도 아나필락시스 쇼크를 일으켜 사망까지 이르게 된다. 이 때문에 벌침을 바로 환부에 쏘이는 민간요법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한 것이 한의원에서 쓰는 봉약침이다. 박기현 원장은 “봉약침에 쓰는 무독화 봉독은 난황을 이용해 멜리틴과 부작용을 일으키는 물질을 분리 정제한 것”이라며 “별도의 피부 테스트를 거치지 않고 바로 시술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봉약침은 보통 이틀에 한 번씩, 10회 정도를 치료 과정으로 삼는다. 봉약침의 영역은 세밀하기 때문에 체질 및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꼼꼼한 검사와 함께 시술자의 봉침을 다루는 숙련도 역시 매우 중요하다.

 

소관절이나 후두부, 목, 손목, 발목 등 조직의 구성이 치밀한 곳에 시술할 경우 발적이나 가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아울러 근막, 인대에 가깝게 주입하게 되면 염증 반응이 일시적으로 더 심해지기 때문에 정확한 경혈점을 통해 주입해야 한다.

 

박기현 원장은 “봉약침 요법은 독으로 독을 다스리는 이독제독(以毒制毒)의 치료법”이라며 “잘 쓰면 명약이지만 잘못 쓰면 큰 해를 가져오기 때문에 전문으로 다뤄온 한의사에게 시술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상섭 선임기자 verst@busan.com

총 0건 / 최대 200자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