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염부터 아토피까지 염증과 혈액을 다스리는 들꽃 ‘자초’ 제대로 알고 먹어야
2020.02.20

▲박기현 구구팔한의원 원장
불로장생을 꿈꿔왔던 도교는 오래전부터 들에 핀 한 꽃을 불로초라 여겨왔다. 뿌리에 자주빛이 돌고 5~6월에 자그마한 꽃을 피우며7월에 결실을 맺는 자초(紫草)는 예로부터 우리의 곁에 항상 있던 들풀이었다. 이러한 자초가 다시금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이 바로 관절염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지면서부터다.
물론 예로부터 자초의 효능은 원전학적으로도 인정되어 왔다. 조선시대 황조연과 그의 아들의 합작으로 이루어진 방약합편 약성가에 따르면 자초는 맛이 쓰고 성질이 차서 이뇨작용이 잘 돼 복부팽만이나 두진을 치료하는 약으로 사용됐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1769년 중국 청나라 황궁주가 편찬한 본초구진에도 자초는 냉증 환자의 치료에 음혈과 양혈을 구분하는데 도움이 되며 본성이 매끄럽게 흐르고 색은 자주빛을 띤다고 기록되어 있다. 아울러 신농본초경에도 쓰고 찬 성질로 인해 기운이 한곳에 모여 차고 넘치는 것을 가라앉혀주는 효능이 있다고 기재 되어 있다. 이는 염증으로 인한 삼출현상을 해소하는데 자초가 활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흔히 면역 보강에 삼산이나 홍삼을 떠올리기 쉽지만, 어떤 면에서는 자초가 산삼보다 나은 역할을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자초의 양혈기능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 때문이다.
자초는 그 자체에 독성이 없고 부드럽다. 반면 우리의 혈액은 물보다 무겁고 끈적한 편이다. 아울러 항상 그 농도가 유지되어 우리의 몸 구석구석을 횡행한다. 그런데 염증이 발생하면 일시적으로 혈액은 그 성질을 달리한다. 염증이라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여 염증 부위로 몰리게 되며 이 과정에서 혈액에는 열이 형성된다. 이런 농도의 변화를 삼출현상이라고 하는데 대부분 삼출현상은 일시적으로 있다가 해소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장기화될 경우 형성된 혈열이 혈액 순환의 매커니즘을 저해하며 여러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 것.
그래서 자초는 삼출현상으로 혈액이 몰리고 면역 반응이 일어난 그 틈을 부드럽게 비집고 들어가 열을 식히고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눈, 코, 귀 등 오관 계통과 이와 연계된 뇌 신경계를 함께 안정시키면서 기능을 정상화 시키고 혈액의 순환을 도모하여 대소변이 원활하게 배출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렇다보니 관절염이나 간염과 같은 신체 내부의 염증 문제뿐 아니라 염증성 두드러기, 아토피, 여드름과 같은 피부질환에 이르기까지 조혈기관 및 면역기전 질환에 두루 쓰이는 약재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양혈 기능의 오지랖은 생각 이상이다. 콜레스테롤이나 체지방 등을 조절해 지방간, 동맥경화, 고혈압, 뇌졸중을 예방하고 해소하며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는 바 단순 증상 개선에 그치지 않고 재발을 낮추는데 양혈작용은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조금 더 깊이 설명하자면 AMPK효소의 활성화로 체지방을 산화 시키면서 동시에 랩틴 저항성을 개선하고 복혈당장애나 내장능 장애 등으로 겪을 수 있는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한다. 또한 류마티스관절염의 주요 원인부라고 할 수 있는 B림프구를 치료함으로써 혈액 내 염증성 신호를 차단하여 만성 염증이 종양화 되거나 혹은 증식되는 것을 막는다.
중국에서는 이미 이러한 자초의 효능을 화활용해 암 치료약으로 쓰고 있다. 거악생신 작용, 소염, 살균작용이 암세포의 소실을 도모한다는 것.
하지만 과유불급은 금물이다. 인공 재배 시 인체의 기운이 닿으면 금새 썩거나 10년 이하의 것은 약효가 미비하여 약재로서의 효용이 없는 까다로운 녀석답게 과도한 복용 시 설사가 유발될 수 있기 때문에 평소 변이 무른 편이라면 자초의 사용은 금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찬 성질이 비위에 닿으면 상할 수 있으므로 기저에 비위가 약한 편일 때에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자초, 지치의 꽃말은 희생이라고 한다. 스리랑카에서는 이천년 전 부터 식용해왔고 우리 또한 조선시대 이전부터 약용해온 자초. 약재나 술로 복용했고 고급 염료로도 활용됐던, 온전한 희생으로 우리의 생활과 항상 함께 해왔던 자초는 이제 들에서는 쉽게 만나기 어렵다. 대신 재배현장에서, 그리고 굽이진 산 비탈길에서 만날 수 있을 뿐이다.
정순형 선임기자 junsh@busan.com / 도움말=박기현 구구팔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