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한방 칼럼

[톡! 한방] 자궁내막증

2021.09.08

[톡! 한방] 자궁내막증 병원장 이미지

27세 직장인 여성 A 씨, 가벼운 소화불량 증상으로 동료와 함께 한의원에 내원하였다. 문진을 하던 중 가벼운 케이스가 아닌 것 같아 더 깊은 상담을 해보니, 자궁내막증 수술력이 있었다.

 

A 씨는 1년 반 전, 우하복통이 너무 심해 산부인과를 찾았는데, 초음파상 특이소견이 나타나지 않았다. 난관이 꼬여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듣고 복강경을 시행하다 자궁내막이 역류하고 전부 붙어 있어 긁어내는 수술을 했다고 한다. 왼쪽보다는 오른쪽이 심했고, 오른쪽은 수술 후 유착이 생겨 필라테스로 관리하고 있었다. 수술 후 야즈를 6개월가량 복용하다가 1년 전부터는 비잔정을 복용하고 있었다. 비잔정을 복용하게 되면 생리를 하지 않는 폐경 상태가 되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임신을 못할 것 같다고 많이 속상해 했다. A 씨는 자궁내막증으로 인해 젊은 나이에 복강내 수술을 받고, 임신 가능성이 줄어드는 안타까운 상황을 맞았다.

 

최근 자궁내막증 유병률이 증가세를 보인다. 주로 발생하는 연령대는 30대로, 그 빈도가 35세에 가장 높다가 이후 급격히 저하하는 추세다. 자궁내막증이 가임기 여성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것은 이 질환이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궁내막증은 자궁내막조직이 자궁강 밖에 존재해 증식하는 질환이다. 쉽게 말하면 자궁내막조직이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고 돌아다니는 것으로, 이를 이소성 자궁내막조직이라 한다. 이소성 자궁내막조직은 에스트로겐 의존성 만성 염증을 유발해 생리통이나 골반통, 성교통은 물론 가임력 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여성의 삶의 질을 현저히 저하시킨다.

 

흔히 하복부 압통을 호소하나 심한 복부 팽대나 반동 압통은 없는 경우가 많다. 초음파 검사가 진단에 도움 되지만, 확진을 위해서는 복강경을 시행한다.

 

한의학에서는 자궁내막증의 증상에 따라 일차적으로 통경(痛經·월경통)과 징가적취(뱃속에 덩어리가 생겨 아픈 증세)의 범주로 인식한다. 자궁내막증의 원인과 병태생리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한의학에서는 기본적으로 이경지혈(離經之血·생리혈이 자궁 이외 다른 부위에서 일으키는 문제)의 어혈로 보고 있다. 기허(氣虛), 혈한(血寒), 혈열(血熱), 기체(氣滯), 외상(外傷), 출혈(出血) 등이 어혈을 형성할 수 있는 대표적 요인이다.

 

한의학에서 부인과 질환을 치료할 때, 피임약류 호르몬제는 잘 권하지 않는다. 치료를 위해 우선적으로 개개인의 몸 상태를 파악하고, 원인별로 치료에 접근하는 것이 정석이다. 건강한 자궁을 원한다면 전문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맞춤처방을 받아보는 게 좋겠다.

 

김태희 태흥당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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