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도 유행이 있다. 시대에 따라 사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어깨 통증의 주요 원인이 오십견이었다. 어깨가 아프면 일단 오십견부터 생각했다.
지금도 어깨 통증으로 내원하는 환자의 상당수가 “오십견인 것 같다”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지만, 통계로 볼 때 요즘 어깨 통증 환자 4명 중 3명은 회전근개 질환이다.
“팔을 등 뒤로 돌리면 아파서 옷 갈아입기가 힘들다”, “팔을 위로 올릴 때 심한 통증이 느껴진다”, “가만히 누워 있어도 아프다”, “자다가 몸을 옆으로 뒤척거리면 아파서 잠을 깬다” 같은 말들은 모두 회전근개 질환 증상의 표현이다.
회전근개란 ‘회전 근육 덮개’라는 뜻으로, 팔을 회전시키는 근육의 힘줄이 팔 뼈 위를 덮개처럼 감싸고 있어서 생긴 말이다. 극상근·극하근·소원근·견갑하근 4개 근육의 힘줄이 모여서 덮개를 만드는데, 이 힘줄이 손상되어 생기는 질환을 회전근개 질환이라고 부른다.
회전근개 질환은 반복적으로 팔을 드는 동작을 자주하는 사람에게 잘 생긴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힘줄 노화와 퇴행성 변화로 인해 발생한다. 즉 어깨를 ‘자주’ 써서 발생하기보다 ‘오래’ 써서 생기는 경우가 많은 병인 것이다.
오십견과 회전근개 질환의 구분은 간단하다. 오십견은 ‘동결견(얼어붙은 어깨)’이란 명칭처럼 어깨가 완전히 굳어서 어떤 방향으로도 올라가지 않고, 억지로 올려도 올라가지 않는다. 반면, 회전근개 질환은 손상된 힘줄 방향으로만 못 올리고 방향을 바꿔서 조심스럽게 올리면 팔이 올라간다.
오십견과 회전근개 질환의 구분이 중요한 건 정반대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십견은 관절이 굳어서 생기는 병이므로, 어깨를 움직이는 운동이 꽤 도움이 된다. 반면, 회전근개 질환은 힘줄이 손상되어 발생하므로, 억지로 움직이면 힘줄 손상이 점점 심해져서 완전히 끊어져버릴 수도 있다. 또, 오십견은 그냥 둬도 자연치유가 되기도 하나, 회전근개 질환은 저절로 낫는 일이 거의 없어 치료가 필요하다.
경락 의학에서는 견우, 견료, 견전에 자하거 약침을 써서 손상된 힘줄의 재생을 돕고, 견정, 고황(심장과 횡경막 사이 부위)에 호두 약침으로 윤을 공급한다. 경추 양방과 폐수부에 호두나 자하거 약침을 써서 척추를 바로잡는다. 염증이 생긴 부위에 봉 약침으로 면역을 높여주면 금상첨화다. 또, 회전근개 파열 수술은 재발률이 매우 높은데, 이미 수술을 한 사람도 이렇게 근본적인 치료를 해두면 재발을 줄일 수 있다.
참고로, 어깨 힘줄은 혈액 공급량이 적어서 재생이 느리다고 한다. 그래서 치료 당시에는 효과가 별로 없는 듯하다가 치료 후 한참 지나서 좋아지는 수가 종종 있다.
김종혁 경락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