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한방] 암성 피로
2021.11.09
피로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지친 상태를 말하는데, 암 치료 과정 혹은 치료를 마친 후 지속되는 피로감은 ‘암성 피로(cancer-related fatigue, CRF)’라 정의한다. 암성 피로는 암 환자나 보호자들이 겪는 가장 큰 불편감으로 여겨지지만, 대부분 ‘피로’라는 주관적 기준에 얽매여 치료를 간과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성공적인 암 치료를 위해 암성 피로에 대한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와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는 암성 피로를 개선할 수 있는 즉각적인 관리를 권고하고 있다. 치료 시작부터 종료 후까지 지속적인 관찰과 관리가 필요함을 제안하는 것이다.
대부분 의료진은 종양의 성장,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 조절이 어려운 증상, 빈혈, 지속되는 통증, 암 발생으로 인한 스트레스, 불균형한 영양상태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암성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에게 안정과 휴식을 권한다. 환자들 또한 다수가 그 방법을 실천하고 있다. 하지만 안정과 휴식으로 대부분 회복되는 일반적인 피로에 비해 암성 피로는 휴식을 취하더라도 쉽게 개선되기 어려우며, 과도한 휴식은 오히려 근력을 저하시켜 피로감을 높이기도 한다.
따라서 피로감 해소를 위해 무조건 안정과 휴식을 취하기보다 일상적 활동을 충분히 할 필요가 있다. 빈혈이나 내분비 기능부전 등 동반 질환이 있을 경우엔 이를 먼저 개선하는 것이 좋다. 지속적인 통증, 우울, 오심, 수면장애, 불안, 식욕부진 같은 증상 또한 피로감을 높일 수 있으므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임상종약학 저널(Journal of clinical oncology)에 유방암 환자 302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가 게재된 바 있다. 환자 227명에게는 일주일에 한 번, 총 6회 침 치료와 일반적인 관리를, 75명에게는 일반적 관리만 실시한 연구였는데, 침 치료를 병행한 환자들의 피로감이 더 많이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비롯한 우울·불안 해소를 통해 삶의 질이 모두 유의하게 개선되었다는 결과였다.
이와 같이 한의학에서 시행하는 침 치료는 부작용이 적으므로 암 치료 과정이나 치료 후에 동반되는 암성 피로 개선에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암성 피로는 단순히 주관적 증상이 아니라 환자 삶의 질과 가족의 정신적·육체적, 나아가 경제적 측면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방선휘 휘림한방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