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아이들의 장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대변이 황금색인 걸 보니 장이 튼튼한 게로구나’라는 광고 문구도 있고, ‘황금빛 똥을 누는 아기’라는 제목의 책도 있다.
사실 아이들의 장에 관심이 많다기보다 어른 자신의 장이 안 좋으니 자연히 관심이 간 게 아닐까? ‘나는 오늘도 화장실로 출근한다.’ 어느 의사가 쓴 책의 소제목이다. 이런 사람들이 많은지, 시중에는 유산균, 효소 제품이 셀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병명이 특정되지 않은 만성 설사부터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니 염증성 장 질환(궤양성 대장염, 크론병)이니 이름이 많기도 하다.
증상이야 다들 익히 아는 대로다. 복부 불쾌감, 팽만감 등의 가벼운 증상부터, 복통, 설사(또는 무른 변), 잦은 배변, 변비 등이 기본이고, 심하면 혈변과 빈혈도 생기고, 오래되면 만성피로, 두통, 어지럼증, 불면증, 불안감, 섬유 근육통 등으로 번지기도 한다.
병에 대해서는 다양하게 분류되었지만, 치료법은 잘 찾아지지 않는 모양이다. 장이 안 좋은 사람은 평생 안 좋은 채로 살게 된다.
질병에 따른 치료법이 찾아지지 않으면 발상을 바꿔보는 것도 좋다. 위산 과다와 위산 부족은 위산을 기준으로 볼 때는 정반대의 다른 병이지만, 위산 조절 능력을 기준으로 볼 때는 같은 병이다. 과다든 부족이든 둘 다 조절 능력이 떨어진 것이다. 따라서 경락 의학에서는 모두 위산을 조절하는 경락을 다스려 치료한다. 다른 장 질환도 마찬가지다. 병명이 무엇이든 증상이 무엇이든 개의치 않는다. 장을 조절하는 경락 기능을 도와서 치료한다.
자연현상에서 뜨겁고 건조한 기운은 위로 올라가고, 차갑고 습한 기운은 밑으로 내려간다. 인체도 이와 같다. 장 기능 저하의 원인은 대부분 냉(冷)과 습(濕)이다. 그중에서도 냉이 많다. 장이 약한 사람은 대부분 배가 차다. 손으로 배를 만져보면 실제 차갑다. 이때 천추, 대거, 부사 등을 눌러보면 뚜렷한 압통점이 찾아진다. 경락이 저항하는 것이다. 여기에 따뜻한 성질의 보기(補氣)제인 생강 약침을 쓰면 경락 기능이 살아나면서 장의 면역이 활성화된다. 장이 무력할 때는 인삼 약침, 습(濕)할 때는 영지 약침을 쓴다.
배가 따뜻해지는 것이 느껴지면 조짐이 좋다. 대변 보는 횟수가 줄어든다. 변이 무르거나 퍼지는 사람은 변이 점점 굳어지고, 변이 딱딱해서 힘든 사람은 점점 부드러워진다. 일단 장 기능이 개선되기 시작하면 기력이 살아난다. 음식의 영양분이 제대로 흡수되기 시작하니 당연한 일이다. 기력이 살아나니 어지럼증도 없어지고, 장이 편해지면서 불안감도 점차 줄어든다. 질병에 집중하면 모든 일이 어렵고 힘들지만, 면역과 저항력을 기르면 쉽게 풀려나간다.
김종혁 경락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