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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한방 칼럼]방광암 단상(斷想)-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하다

2020.05.18

[톡한방 칼럼]방광암 단상(斷想)-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하다 병원장 이미지

박태열 경인한의원 원장​

 

한의학에 입문한 지 이제 40년을 넘어섰다. 환자 진료에 바쁜 일상이지만 특히 방광암 환자를 진료할 때면 내가 걸어온 지난날이 생각날 때가 있다. 그때마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하다’는 토머스 머튼의 명언이 떠오르곤 한다.

 

나는 흔치 않게 30대 초반에 방광암에 걸렸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청년이던 내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악성도 높은 ‘침윤성 방광암’이 엄습하면서 많은 일상이 흐트러졌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생활방식을 크게 변화시켰듯이 내 삶도 그 병마로 인해 참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 병을 완전히 극복하기까지는 17년이 걸렸다. 수술, 화학요법, 방사선 치료를 해도 재발했고, BCG나 심지어 임상시험 중이던 광역학요법도 재발을 막지 못했다. 나중에는 요도와 신장에까지 번지는 등 무려 14번의 수술을 받았다.

 

이렇듯 내게 30~40대는 암과의 투병으로 얼룩진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다행히도 한의학을 전공한 인연으로 한방치료를 병행하면서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 14번이나 반복된 수술과 재발의 절망적 상황과 마주쳤을 때, 한방치료로 재발이 억제되고 종양이 사라지며 통증과 빈뇨, 급박뇨, 피로 같은 후유증을 회복시킨 체험을 할 때마다 극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하나, 둘 쌓였다.

 

암과 투병하면서도 이 과정에서 얻은 그 체험적 효과 및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대학원에서 본격적으로 방광암 연구를 시작했다. 내가 방광암 환자를 진료할 때도 직접 겪은 투병 경험과 대학원에서의 연구가 많은 도움이 됐다. 그것이 계기가 돼 내가 암을 완전히 극복한 뒤에는 일본, 아랍에미레이트(UAE) 등 외국에서 개최된 국제학술대회에서 ‘방광암 치료의 한의학적 관점’을 발표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그동안 치료한 표재성 방광암 환자의 한방치료 결과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자료에 의하면, 방광암은 수술 등 기존 치료법으로는 대략 70%가 재발하고 재발은 대부분 2년 이내에 발생한다. 하지만 표재성 방광암의 내시경적 수술 후에 한방치료를 병행하면 1년 재발률은 15.8%로 나타났다(불완전수술 환자 제외). 또, 한방치료 전에 재발경력이 있는 환자의 1년 재발률은 72.7%였는데 한방치료 이후에는 22.7%로 감소했다(p=0.003). 2년 재발률은 90.9%에서 한방치료 후 27.3%로 낮아졌다(p=0.001). 수술 후 재발까지 걸린 기간은 한방치료 이전에 평균 7.1개월이던 것이 이후에는 평균 14.7개월로 나타났다.

 

요약하자면 한방치료는 방광암의 재발을 억제함으로써 수술 횟수를 줄이고, 재발 주기를 늦출 수 있다. 이런 긍정적인 결과와 노력이 모인다면 완전한 치료에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방광암 환자를 넘어서 이제는 방광암을 치료하는 한의사로서 이번 논문까지 쓸 수 있었던 것은, 직접 방광암을 극복한 체험이 내면의 ‘강한 나’를 일깨워 줬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눈앞이 캄캄한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한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며칠 전에는 그동안 진료받았던 4기 방광암 환자로부터 6년째 검사에서 ‘정상 소견’을 받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내게 소식을 전해준 그 환자도 자신의 내면에 잠재해있는 ‘강한 나’를 느껴보았으리라. 투병으로 힘든 나날을 지내고 있을 다른 누군가에게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싶다.

 

정순형 선임기자 jun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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